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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쫄쫄이 입고 바닥서 파닥파닥"… 국중박 3년 뒤흔든 '맑은 눈의 광인들'과 백자 잉어 취준생의 눈물

by 별이될거야 2026. 9. 26.

[국립중앙박물관 '분장놀이' 3개년 핵심 3줄 요약]

  • 역대 우승 계보: 2024년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이은미) → 2025년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유퀴즈 출연) → 2026년 '백자 잉어 모양 연적'(전은슬)

  • 2026년 스케일 확장: 국중박 포함 전국 14개 국립박물관 참여, 전국 275개 팀 예선 거쳐 25개 팀 결선 런웨이 및 관람객 1만여 명 운집

  • 문화적 성과: '박물관 엄숙주의' 파괴로 최단기 관람객 500만 돌파(개관 이래 최단), 연간 관람객 세계 3위 등극 및 2030 뮷즈 소비 57.7% 견인
2024 대상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 출처: 연합뉴스  / 2025 대상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출처: 싱글리스트 / 유퀴즈

 

 

1. "내가 탑이 될 상인가"… 국중박 로비 석탑을 프릴로 빚어낸 2024년의 전설

 

 

박물관 하면 조용히 발소리를 죽이고 유리장 너머 유물을 감상하는 엄숙한 공간이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하지만 2024년 가을, 국립중앙박물관은 그 지루한 틀을 산산조각 내버렸습니다.

 

시작은 2024년 10월 열린 '국중박 정모'의 소소한 코너 '국중박이 살아있다'였습니다. 박물관 유물을 온몸으로 코스프레하는 20개 팀이 레드카펫에 섰는데, 그중 압도적인 시선 강탈자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국중박 1층 로비 복도 끝에 서 있는 거대한 국보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으로 변신한 참가자 이은미 씨였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십층 석탑의 정교한 층층 난간을 새하얀 프릴 원피스와 모자로 직조해 낸 그 광기 어린 퀄리티에 심사위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고, 그녀는 초대 대상을 거머쥐며 전설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2026 대상 백자 잉어 연적. 출처: 뉴스1 / 백자 잉어연적' 전은슬 , 2026 결선 기마인물형토기 런웨이, 출처 : 뉴시스 

 

 

2. 뽁뽁이에 락카 칠하고 유퀴즈까지… 신라 금귀걸이 듀오가 뒤흔든 2025년

 

 

1회의 대성공에 힘입어 2025년에는 '국중박 분장놀이'라는 어엿한 단독 축제로 판이 커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인스타그램에 제작기를 올리며 경쟁에 불을 붙였고, SNS는 연일 문화재 복사기들의 향연으로 도배됐습니다.

 

대상의 영예는 보물 제2001호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를 재현한 사촌 듀오 '귀에 걸면 귀걸이' 팀에게 돌아갔습니다. 포장용 뽁뽁이(에어캡)와 박스, 금색 락카를 이용해 열흘 밤을 새워 만든 거대한 양쪽 귀걸이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레드카펫을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모습은 전 국민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그 미친 존재감 덕분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까지 진출해 유재석과 조세호를 자지러지게 만들었고, 신라 시대 귀걸이라는 유물의 존재를 교과서 밖으로 끄집어내 완벽한 대중문화로 안착시켰습니다.

 

 


지역 본선을 거쳐 올라온 25개 팀이 문화재를 활용한 다양한 코스프레를 선보인 가운데, 조선시대 '백자 잉어 모양 연적' 속 잉어로 분장한 대학생 전은슬 씨가 대상을 차지했다,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

 

 

3. 파란 쫄쫄이 입고 바닥에서 파닥파닥… 2026년을 뒤집은 '백자 잉어' 취준생

 

 

그리고 2026년 9월, 마침내 3년 차를 맞은 대회는 '전국구 메가 페스티벌'로 폭발했습니다. 서울 국중박뿐 아니라 춘천, 전주, 공주, 대구 등 전국 14개 국립박물관이 총출동했고, 전국에서 무려 275개 팀이 피 튀기는 예선을 치렀습니다.

 

1만여 명의 구름 관중이 모인 지난 19일 결선 무대. '대방광불화엄경', 바퀴를 달고 달리는 '기마인물형토기', 신라의 미소 '얼굴무늬 수막새' 등 쟁쟁한 25개 팀을 제치고 대상을 차지한 주인공은 조선시대 '백자 잉어 모양 연적'으로 분장한 대학생 전은슬 씨였습니다.

 

머리와 팔다리를 새파란 타이즈로 감싸고, 흰 몸통에 비늘을 직접 그려 넣은 채 레드카펫 바닥에 드러누워 발끝으로 잉어 꼬리를 파닥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현장은 그야말로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4. "취준생이라 뭘 잘하는지 몰랐는데"… 관객들 눈물 글썽이게 한 감동의 수상 소감

 

 

하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진짜 울린 건 시상식에서 터져 나온 전은슬 씨의 솔직한 고백이었습니다.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고 눈가가 촉촉해진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제가 평소에 뭘 잘하는지도 잘 모르고, 취준생이라서 앞으로 뭘 해야 될지도 막막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정말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스펙 쌓기와 좁은 취업 문턱 앞에서 자존감이 깎여 나가던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청년이, 박물관 유물 하나에 자신의 유쾌한 끼와 정성을 쏟아부어 마침내 세상의 뜨거운 박수와 인정을 받아낸 순간이었습니다. 현장에 모인 3040 관객들과 부모님들은 단순한 분장쇼를 넘어 청춘의 진심 어린 도전에 가슴 뭉클한 응원의 환호를 보냈습니다.

 

 


 

 

5. 관람객 세계 3위, 뮷즈 완판 행진… 엄숙주의 깨부순 '힙한 국중박'의 힘

 

"청년들이 편하게 드나드는 놀이터 같은 박물관을 만들겠다"던 국중박의 엉뚱한 기획은 상상 이상의 거대한 나비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누적 관람객은 525만 4,884명으로, 1945년 개관 이래 역대 최단기 500만 돌파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지난해 연간 관람객 650만 명을 찍으며 프랑스 루브르, 바티칸에 이어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 3위라는 기적을 쓴 데 이어 또 한 번의 신화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박물관 굿즈인 '뮷즈(MU:DS)' 구매자의 절반 이상(57.7%)을 2030 젊은 세대가 차지하고 있는 지금, 낡고 고리타분한 유물에 젊은 세대의 생동감 넘치는 드립과 유쾌한 호흡을 불어넣은 '국중박 분장놀이'는 공공기관 브랜딩이 나아가야 할 최고의 교과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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