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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까지 15만 명 방 빼라"… 금융위도 벌벌 떨게 만든 '서울 제로' 정책과 3040 기러기 부부의 비

by 별이될거야 2026. 9. 26.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추진 3줄 핵심 요약]

  • 정책 기조: 정부, 수도권 잔류 공공기관 350여 곳 대상 '서울 잔류 제로' 원칙 하에 15만 명 규모 2차 지방이전(2027년 착수 목표) 추진
  • 내부 반발: 산업은행(퇴사자 46명→97명 폭증), 예탁결제원(퇴사율 1.32%→7.72%) 등 핵심 2030·3040 실무진 줄퇴사 사태 가시화
  • 구조적 과제: 1차 이전 당시 통근버스에만 2,000억 원을 쏟아붓고도 주말 공동화 현상을 겪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특정 산업군 집적' 방안 논의 중

 

부산 이전 논란의 중심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출처: 전자신문

 

 

1. "서울에 남는 곳 0개"… 350개 공공기관, 15만 명 강제 이주 카운트다운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꿈의 직장', 직장인들에게는 '철밥통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서울 및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들이 유례없는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울 잔류 기관 제로(Zero)"라는 초강수 지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에 버티고 있던 약 350개 공공기관이 통째로 지방 이전 사정권에 들어왔습니다. 예상 이동 인원만 무려 15만 명. 노무현 정부 시절 진행됐던 1차 공공기관 이전 규모의 정확히 두 배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 대이동이 2027년 착수를 목표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2. 여의도 금융맨의 눈물… 산업은행 대리·과장들이 줄퇴사 던진 진짜 이유

"지방 발령 나면 사표 쓰면 그만 아니냐"고 쉽게 말하지만, 현장의 데이터는 이미 서늘한 현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부산 이전의 태풍의 눈인 한국산업은행입니다. 산업은행 노조 집계에 따르면, 부산 이전 공약이 나오기 전인 2021년 한 해 퇴사자는 46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전이 본격 추진된 2022년에는 97명으로 두 배 이상 폭증했고, 이듬해에도 87명이 짐을 쌌습니다. 회사를 나간 사람들의 대다수는 정년을 앞둔 간부가 아니라, 한창 실무를 뛰며 대체 불가능한 역량을 발휘해야 할 대리, 과장, 차장급 2030·3040 핵심 인력들이었습니다. 지방으로 내려가느니 시중은행이나 외국계 IB, 사모펀드로 이직해 서울 생활권을 지키겠다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미 부산으로 내려간 한국예탁결제원의 경우 자발적 퇴사율이 1.32%에서 7.72%로 치솟았습니다.

 

 


 

전국 혁신도시 주요 공공기관 배치 현황.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3. 2조 4천억 대박 노리는 지자체들… 부산·대구가 벌이는 혈투의 내막

 

반면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사활을 건 로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부산은 금융 공공기관을 끌어모으려 혈안이고, 대구는 IBK기업은행을 포함해 무려 34개 기관을 유치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지자체들이 이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입니다. 부산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 본사 인력의 절반만 부산으로 내려와도 부·울·경 지역에 약 2조 4,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3만 6,000명의 고용 창출이 일어난다고 분석했습니다. 공공기관 하나가 들어서는 순간 지역의 아파트 분양권, 상권, 학군, 지방세수까지 송두리째 바뀌는 황금알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2차 이전은 1차 때처럼 전국에 콩나물 시루마냥 나눠주지 않고, 특정 지역에 연관 기관을 몰아주는 '클러스터 집적형'으로 추진될 예정이라 지자체 간의 쟁탈전은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입니다.

 

 


 

4. 통근버스 예산만 2천억 썼던 1차 이전의 악몽… 혁신도시는 왜 유령마을이 됐나

 

하지만 1차 공공기관 이전의 뼈아픈 역사를 복기해 보면 장밋빛 환상은 산산조각 납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1차 이전 당시 전국 105개 기관 중 60곳이 직원들을 위해 서울-지방 간 통근버스를 굴렸고, 여기에 낭비된 국민 혈세만 약 2,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가 금요일 오후 4시만 되면 썰물처럼 서울로 올라가는 '나홀로 단신 부임족'들 때문에, 지방 혁신도시는 주말만 되면 불 꺼진 유령 도시로 전락했습니다. 기관 건물만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지어놓았을 뿐, 우수한 교육 인프라와 의료 시설, 문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들에게 "가족을 다 데리고 내려가라"고 강요한 정책의 예견된 실패였습니다.

 

 


 

 

5. 균형발전인가 기러기 아빠 양산인가… 3040 직장인들이 마주한 잔인한 기로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고 국토를 골고루 살려야 한다는 '국가균형발전'의 대의명분에 반대할 국민은 없습니다.

하지만 서울에 집을 사고 맞벌이를 하며 자녀를 키우고 있는 3040 세대 직장인들에게 이번 2차 이전은 삶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드는 실존적 위기입니다. 배우자의 직장과 아이의 학업을 포기할 수 없어 결국 수만 명의 직장인이 주말마다 KTX에 몸을 싣는 '기러기 부부'로 전락하거나 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당장 10~11월 정부의 2차 이전 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금융위원회 등 규제 부처의 이전 여부조차 노조 반발로 오락가락하는 상황. 정교한 생활권 보장 대책 없이 무작정 '서울 제로'라는 정치적 깃발만 내건다면, 공공기관의 경쟁력 추락과 15만 가구의 피눈물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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